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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일지

김토끼, 처음 돈 벌게 된 이야기 - 카카오톡 이모티콘 승인

1일 1토끼툰을 인스타그램에 연재한지 꼬박 2년이 지나간다. 꿈을 위해 뭐라도 해야한다는 마음에 별 생각 없이 무작정 시작한 것이었지만, 팔로워 숫자가 늘어가면서 그림 하나하나에 조금씩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임감이 부담감이 되어 나를 압박하려 할 때마다,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해야 했다. 토끼툰은 무의미하게 지나가 버리는 내 일상에 의미를 더해주는 거의 유일한 장치이자, 평생 가지고 가고픈 취미이다. 행복하게 살자는 마음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그 날부터, 지난 몇 년간 토끼툰은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소소하고 꾸준한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소중하고 또 소중한 토끼툰이 내게 스트레스가 되는 날은 결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SNS는 어떤 의미에서는 개인적이기도 한 공간이니까, 부담감까지 가지지는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하루에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2시간 넘게도..) 토끼툰에 시간을 들였다. 이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다만 시간이 쌓이면서, '언젠가는 이 시간과 노력이 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컨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컨텐츠 생산자에게 어느 정도 수익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토끼툰이 돈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숨이 턱턱 막히곤 했다. 부담 없이 그릴 때는 제법 그럴듯해 보이던 김토끼가, 냉혹한 자본주의의 눈으로 이리 저리 평가해보자니 이것도 저것도 부족해보였다. 

우울해지고 털어내고, 도전하려고 마음 먹었다가 물러서기를 몇 차례 반복한 뒤에야 한 걸음 내딛어 볼 수 있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에 김토끼를 제안해보기로 비로소 결심했다.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실행하기까지 기나긴 시간이 걸렸다. SNS에 업로드하는 것 이외에는 김토끼를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었고, 누군가에게 심사 받는 것, 특히 수익성을 가지고 평가 받는 것은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승인 받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알면서도, '미승인'이 뜬다면 크게 좌절할 것 같아서 내내 노심초사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김토끼는 첫 도전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되었다. 

한 발자국 크게 내딛었으니, 앞으로도 열심히! 다방면으로! 도전해야겠다. 

놀랍게도(?) 재미있게도(?) www.jsglowglow.com/m/66 요 글에서 잠깐 언급했던, 모 회사의 면접은 사실 카카오 HR팀의 인턴 면접이었다. 그림을 공개적인 장소에 업로드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카카오라는 회사가, 김토끼의 첫 수익화 길도 터주다니 두고두고 감사할 노릇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도전기>

(1) 일단 내가 갖고 있는 이모티콘들 중 자주 쓰게 되는 게 어떤 것인지 리스트를 작성했다. 

"좋아!" "최고야" "싫어" "흑흑" "축하해" 이런 식으로, 친구들과 대화할 때 필수적인 표현들을 적어보았다.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릴 자신은 없어서(ㅠㅠ), 유용하고 직관적인 이모티콘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카카오에 제안하려면 그림 24개가 나와야하는데, 리스트를 적어보니 24개를 훌쩍 넘었다.

(2) 뚜렷한 테마를 잡았다.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릴 수 있거나 팬이 대단히 많다면 이 또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난 그런 게 아니니까(ㅠㅠ) 무조건 테마를 잡아야만 했다. 일반적인 이모티콘은 사람들 다 이미 많이들 갖고 있기 때문에, 특이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 맥락에서 대충 그린 듯한 대충티콘들이 요새 흥행을 거두는 게 아닐까.. 내 경우에는 약간은 대충티콘의 맛을 더해서.. '집순이'를 테마로 했다. 

(3) 수첩에 대충 스케치를 했다.

정말 대충.. 스포일러..


(4) 마음이 동한 어느 새벽, 한꺼번에 이미지 시안 작업을 했다.

평상시 토끼툰 그리는 것과 똑같이 작업했다. 아이패드와 애플펜슬, 앱은 procreate. (규격은 카카오 이모티콘스튜디오에 들어가보면 자세히 나와 있다. 360x360px, 해상도 72dpi, 투명배경 png 등)


(5)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업로드 하고, 간략하게 이모티콘 소개를 했다. 

참고할 사이트가 있다면 적으라고 되어있는데, 나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적었다. 아무래도 팬이 많거나 오프라인 작업물(예를 들면 출판이라든가 출판이라든가..출판....)이 있다면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아래 사이트가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 페이지다! 여기 들어가면 누구나 쉽게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다. (카카오 계정만 있으면 제안 가능하고, 진짜 이미지 업로드 24개 하면 끝인 수준으로 쉽게 되어있다..!)

https://accounts.kakao.com/login?continue=https://emoticonstudio.kakao.com/creators/my/proposals 

(6) 긴 심사를 기다린 끝에 '카카오톡 이모티콘 승인' 이메일을 받았다.

2주-1개월 걸린다고 공지되어 있는데, 내 경우에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 딱 10일만에 심사 결과가 나왔다. 

(7) 이후 수정/추가 작업 기간은 보통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린다고 한다.

<집순이 토끼>는 얼마나 걸릴지 정확히는 모르나, 빠르게 출시하자고 연락이 왔다. 아마도 움직이지 않는 이모티콘인데다가, 워낙 간단한 그림이라 추가 작업할 게 그리 많지 않아서 일 듯하다..(대충티콘 대세에 빠르게 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