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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일지

꿈꾸던 것들로 가득한 프리랜서의 한 주

프리랜서로 지낸지 만 1년이 지났다.

이대로 괜찮을까 싶을 때가 종종 찾아온다.

씻지 않고 잠옷 차림 그대로 하루를 보낸 평일 밤에 그렇고,

평일 휴무인 친구들과 아무렇지 않게 낮 약속을 잡을 때가 그렇다.

일과 삶을 분리하는 게 아직도 너무 어려운 나.

오늘은 스피커로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그림을 그렸다.

문득 눈물겹게 행복하다.

내가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연말의 모든 것이 담긴 아름다운 노래를 찾아서인지도 모른다.

(The Lighthouse Keeper - Sam Smith 꼭 들어보세요ㅠㅠ홀리합니다)

한 주간 있었던 꿈같은 일들 정리하는 포스팅.

1.

일함작과 함께 제작한 달력 샘플이 드디어! 도착했다.

김토끼 굿즈를 처음 제대로 만들기 시작한 건 작년 연말이었다.

액정 속에만 존재하던 내가 만든 김토끼 세상이 손에 잡히는 물건으로 만들어지는 건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주문 받고 매일 배송하는 게 조금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매일 할 일이 분명히 있는 것도 하루에 번 돈을 정확히 따질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올해 봄 쯤이었나, 일함작과 계약하게 되어서 더는 배송일을 안해도 되게 됐다.

포장할 일도 업체 알아볼 일도 CS 신경 쓸 일도 없다. 그림만 보내면 담당자님이 알아서 해주신다.

8월에 작업해 넘긴 2021년 달력 그림이 진짜 달력이 되어 돌아왔다!

색감도 사이즈도 너무 마음에 든다.

크리스마스 소품을 꺼내서 연말 분위기 물씬 나는 사진을 찍었다.

내년엔 내 자리가 이런 모습일거다. 💗

내 그림 담긴 물건을 쓸 수 있다니

정말정말 행복한 일이야.

2.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파주 더봄센터와 마포 더불어숨센터 아름품 봉사자 모집 공고가 거의 동시에 떴다.

요 사이트에 뜬다.

https://www.karadoing.org/

더봄센터에서 봉사해보고 싶었지만

더불어숨센터는 집에서 너무너무 가까울 뿐이고..

(걸어서 20분 거리다)

그래서 결국 아름품에서 목요일마다 봉사하기로 했다.

이번주가 첫 봉사였다.

그야말로 개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에 가서 내게 주어진 첫 임무.

활동가들이 청소하는 동안 애들 마당에서 💩 싸게 하기!

애들이 싸우거나 너무 시끄러워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

그리고 신속하게 💩 치울 것.

진짜 모든 애들이 밤새 참았던(?) 💩을 차례로 싸기 시작해서 나는 정신없이 주우러 다녔다. 약간 중학생 때 하던 타이쿤 게임 같았음.

💩 다 싸고는 안에 들어가겠다는 강아지들.

너네만의 루틴이 있구나.

예쁜 파슨이.

고양이 방도 청소하고 애들 밥 주러 갔었다.

엄~~~청나게 귀여운 젖소에게 반하는 일도 있었다.

내 이상형 고양이는 본래 치즈였고,

지금은 삼색이랑 살고 있어서 아무래도 삼색이들에게 마음이 가는데 막상 뜻밖의 젖소에게 반함.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는데 종일 너무 정신이 없었다.

고양이 방 사진은 1도 없네.

다음 목요일엔 사진을 많이 찍어야지.

입양을 기다리는 구조 동물들, 입양 갔다가 파양되어 돌아온 아이들.

저마다 가진 사연에도 꿋꿋이 잘 지내는 동물들.

안하던 일 한다고 몸이 많이 힘들었고,

마음에 이런저런 감정이 가득 이는 것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그날 밤

그리고 다음 날 하루종일 동물들 사연을 다루는 웹툰 작업을 했다.

활동가님이 적어 보내주신 사연을 웹툰으로 재구성한했다.

종이 위에 있는 글자들이 아니라

내가 직접 보고 교감한 누군가의 사연이라고 생각하니

더 잘 하고 싶어서 한컷한컷 열심히 그리고 칠했다.

허투로 안 할게.

3.

12월 출간을 앞둔 토곰 연애툰 원고 편집본.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다음 주에는 제목이 정해진다.

PD님이 애써주신 덕에 추천의 글도 들어가게 됐다.

진짜 대단한 작가님..!!!께서 써주시기로 했다!!!!!!!!

아직 추천의 글은 못 읽어봤는데 너무 떨림. ㅠㅠ

원고 하나를 세상에 곧 내보낼 준비를 하는 와중에,

새로운 책 계약도 했다.

'가볍게' 만나뵙기로 한 날,

편집자님은 멋진 기획안을 들고 오셨다(!)

기획안에는 구석구석 내가 그간 썼던 글들 그림들의 이모저모가 담겨있었다.

인간관계에 대해서 내가 감히 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싶어서 주저했는데

편집자님과 좋은 책 즐겁게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다음 에세이 작업도 정해졌다.

4.

아직도 끝이 아니라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그림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대학원 욕심이 생기고 말았다.

나름대로 그림으로 굿즈도 만들고 책도 쓰며

어쩌다 보니 현업에 있지만,

비전공자로서 미술 대학원을 준비하기로 결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몇 년 전에 다녔던 미술학원 원장선생님께 자문을 구하러 갔더니

내가 앞으로 해야할 공부/연습 방향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1일 1그림을 해서 몇 달 뒤에 쫙 다 가져오면

포트폴리오로 제출할 그림을 선별해주겠다고 하셨다.

두둥

 

그래서 오늘은 미술용품을 잔뜩 시켰고

그림을 그렸다.

나몽이

색연필은 사실 내 취향이 아니다.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조그만 그림도 엄청 오래걸린다.

나는 붓질이 좋아!!!

아크릴 그림 그리기엔

지금 없는 게 너무 많아서 일단 제일 간편한 색연필로 깨작깨작.

깨작깨작 완성했다.

이게 뭐라고 완성했다고 뿌듯하다.

1일1그림 하다보면 실력이 많이 좋아지겠지?

내년에는 많이 발전하는 사람이 되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