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쉽지 않은 2020년이다. 내내 비가 왔고 코로나는 괜찮아지는 듯하더니 다시 또 심해졌다.
그래도 8월은 나한테만큼은 꽤 괜찮은 한 달이었다. 일-쉼 밸런스가 모처럼 정말 잘 맞았다.
4월? 정도부터 정말 많이 바빴다. 몇 달을 마감->마감->마감 하면서 지냈다. 나는 게으르지만 (막상 하면) 손도 빠르고 (작정하면) 일도 후다닥 해치우는 편이다. 몰입 상태만 믿고 하나둘 일을 받았더니 게으름 부릴 여유를 잃었다. 게으름 부려야 되는 사람이 게으름을 못 부린 채로 몇 달을 보냈다. 그리고 넉다운이 되었다.
7월에는 주르륵 일함작 굿즈, 카카오 이모티콘 <김토끼의 하루>, 에세이 <맨손 체조하듯 산다> 일정이 잡혔다. 정말 기운이 없었지만 멱살 잡혀 가듯 꾸역꾸역 오픈 일정에 맞춰 홍보를 했다. 7월 말이 되어서야 여유가 생겼다.
넷플릭스를 많이 봤다. 친오빠가 가볍게 보기 좋다고 추천해 준 <모던 패밀리>를 보기 시작했는데 훈훈하고 웃기고 귀엽고 다 한다. 다른 것보다 캠이랑 글로리아가 귀여워서 계속 보게 된다. 역시 귀여운 게 최고야..
한 열흘을 정신 놓고 쉬고 놀았다.
마감 끝나고 여유로워지면 만나기로 했던 댄싱 스네일 작가님도 만났다. 댄싱 스네일 작가님을 처음 뵈었던 건 작년 여름 쯤이었다. 그때는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중입니다>와 <그럴 땐 바로 토끼시죠>를 들고 만났었는데, 올해는 만나자마자 각자 가방에서 <적당히 가까운 사이>와 <맨손 체조하듯 산다>를 꺼냈다. 참 성실한 달팽이와 토끼.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니지만 볼 때마다 뜻밖의 속 이야기까지 하게 되는 그런 상대 있지 않나?
나한테는 댄싱 스네일 작가님이 그렇다.
작가님(infj)과 나(infp)는 닮은 듯 다른데, 보자마자 빵 터진 ‘다른 점’ 하나..
작가님이 가방에서 꺼내신 <맨손 체조하듯 산다>에는 이렇게 가지런히 포스트잇들이 붙어 있었다..! (나는 대충 귀퉁이 접어가며 읽음 주의)
성실한 독자를 만난 내 책을 보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다.
8월 10일 정도까지 쉬고 놀았다.
그랬더니 좀 힘이 났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그림들에도 좀 더 공을 들였다.
누군가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올리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었다. 인스타그램은 ‘내 모든 다른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너무 중요하고 소중한데, 그간 너무 바쁜 바람에 본의 아니게 소홀했었다.. 반성. 오랜만에 여유를 가지고 <오늘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처음처럼 재밌고 좋당.
8월에도 어김없이 마감은 있었다. 2021년 달력을 그려야 했다.
마감 덕에 혼자서는 도무지 발휘할 수 없는 성실성을 발휘한다. 아직 4개월도 더 남은 2021년 준비를 했다.
2021년 달력은 세 가지로 구성될 예정이다. 대형 포스터 달력, 벽걸이 달력 그리고 엽서형 달력.
내가 이렇게 열심히 그려 본 적이 있었나? 없는 것 같은데..? 싶을만큼 이번에 정말 열심히 그렸다.
이렇게 슥슥 그린 스케치가
이렇게 깔끔한 그림이 된다.
엽서형 달력 아이디어 구상!
그리고 결과물!
달력에 들어갈 그림 그리면서, 요 근래 가장 마음에 드는 토끼 그림이 업데이트 되었다. 딸기 들고 뛰는 농부 토끼다. 귀여워ㅠㅠ 너무 마음에 들어서 백년만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이걸로 바꿨다.
미팅도 있었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연말에 토곰툰을 내려고 준비중이다. 절반쯤 완성한 원고를 드렸더니 조판을 해서 들고 오셨다! 따끈따끈하게 종이에 인쇄된 모습을 보니 실감이 난다. 앞으로 몇 달 또 엄청 바쁘겠구나 하는 실감..
미팅 중에 차장님께서 “내가 하는 것 열 개 중 두세 개만 잘 되면 된다고 생각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다양한 일 잡고 있느라 힘들었던 나한테 너무나 힐링이 되는 말이라 자꾸자꾸 생각난다.
그리고 열심히 원고 작업중!
예언: 한 주에 2~3화 정도씩 꼬박꼬박 작업하지 않으면 무지막지한 고통이 찾아올 것이야..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면 마음이 불안한 병에 걸렸다.
6월 말, 다림 출판사에 놀러(?) 가서는, 8월 말까지 샘플원고를 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무엇이냐면 초등학생용 정치학 교양 만화(?)다.
종종 잊고 살지만 사실 나는 정치학 전공이다. 게다가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전공을 나름 좋아했었다.
오랜만에 전공서도 찾아보고..
대학생 때 공부했던 자료들도 찾아보았다.
까마득하지만 또 들여다보니 새록새록 생각이 나기도 했다. 알았던 걸 얼마나 쉽게 잊어버리는지 새삼 느꼈고.
아무튼 쉽고 재미있는 주제들 잡아서 잘 만들어보련다.
나한테 주어지는 기회들에 감사한다.
그리고!!!
상반기에 다림 출판사에서 삽화 작업한 <소통, 생각이 달라도 가능할까?>가 드디어 8월 30일 출간된다. 따끈따끈 인쇄.
편집장님께서 올리신 인스타그램 포스팅 보고 감동 ㅠㅠ
대학교 졸업반 때 동료들과 공동저자로 책을 냈었는데, 그때 편집장님을 처음 만나뵈었었다. 몇 년 뒤, 새로운 출판사에 가셔서는 나를 다시 불러주셨다. 편집장님 덕분에 처음으로 삽화 작업도 해봤다.
한 번 닿은 연이 계속해서 연결되는 것도, 기회를 계속해서 주시는 것도 감동.
내가 더 잘 해야지.
아무튼 밸런스 좋은 8월이었다. 9월에 하겠다고 약속한 일들이 많지만, 다음 달에도 일-쉼 밸런스를 잘 유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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