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리랜서 일지

불안해서 쓰는 글

1.

어제 독자 한 분이 디엠을 보내왔다.

대외활동 공모전에 참여하는데 '성공한 인스타툰'의 예시로 내 피드를 캡처해서 올려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내가 성공했나? 오늘도 나는 내가 실패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줄 작디작은 단서들을 찾아 헤맸는데. 

그는 아마 내 불안을 모르겠지. 

2.

불안함에 괜히 콘푸로스트나 오독오독 씹는 새벽. 

3.

글쎄, 성공?

그래. 사실 실패니 성공이니 따져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에 겨웠다. 

딱 1년 전. 작년 이맘 때, 여차하면 동네 학원에서 강사 자리라도 알아보겠다고 각오했다. 발로 뛰면 알바 자리 하나 정도는 구할 수 있겠지, 나몽이와 내가 굶지야 않겠지. 우연히 초등학교 근처에 둥지를 튼 게 대단한 행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후로 정말 운이 좋았다. 그때 감히 꿈꾸지도 못하던 현실이다. 

그런데 그때와 다름없이 불안한 건 기분 탓일까. 

앞으로도 운이 좋을 수 있을까. 

4. 

사업을 하기에는 배포가 간장 종지만 하다. 

5.

카멜북스에서 이벤트용으로 굿즈를 제작해 몇 개 보내주셨다.

나를 위해 함께 힘을 써주는 분들이 많다. 내가 하나하나 신경쓰지 않아도 진행되는 일들이 많다.

너무 든든하고 감사한데, 가끔은 그 분들을 떠올리는 게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6. 

불안할 땐 일기를 많이 쓴다. 올해는 벌써 다섯 권째다.

불안한 이유를 늘어놓고, 불안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는다. 

괜찮은 걸 백번 확인하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안 괜찮으면 안 괜찮은대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마련해보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일을 해도, 쉬어도, 계획을 해도 불안하다. 그 중에는 그래도 일할 때가 제일 덜 불안하다. 그래서 일을 계속 벌리나 보다. 

7.

원화가 남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물감을 짜고 붓질을 하고 싶다. 

그러지 못한지 1년도 넘었다. 시간은 있었는데 여유가 없다. 

도구부터 갖추려고 화방넷 장바구니에 캔버스와 앞치마, 다 쓴 물감 몇 통을 넣어두었다. 

어딘가 떠밀려가고 있는 듯한 느낌 탓에 아직도 결제를 못하고 있다. 

9월이 오면 주문 버튼부터 누를거야. 

8.

이것도 카멜북스에서 이벤트용으로 준비해주신 떡메모지다. 

올해 초부터 만들고 싶었던 떡메모지를 결국에는 출판사에서 떠먹여주셨다. 

내 불안에 대한 정답은 여기 써 있다.

가볍고 유쾌하게, 느리더라도 끝까지.

그게 참 어렵다. 

그래도 역시 쓰니까 좀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