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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일지

집에서 보낸 주말 (미드 모던 패밀리, 옛날 일기, 아포가토)

1. 

넷플릭스에서 도통 재미있는 걸 못 찾겠던 유목민 시기를 거쳐 요즘은 모던 패밀리를 본다.

 

주인공들이 모두 엉망이다. 매 화 뭔가 사건을 일으키고->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지는데>결국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엉망진창이라 좋고, 애정 넘치는 따뜻한 결말이라 좋다. 

 

2.

시즌7을 보는 중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웃기고 훈훈한 미드가 시즌 10까지 쌓여있었단 말이야?! 

 

곳간이 가득하니 마음이 든든하지만, 드라마가 시작했을 때 함께했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 시즌마다 배우들이 나이 들어간다. 아기였던 릴리는 어느새 걷고 말하고 유치원에 다니고, 어린이였던 루크는 목소리 낮은(!) 청소년이 되고, 성인 캐릭터들은 주름살이 하나둘 늘어간다. 그 과정을 함께 했더라면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 내가 해리포터와 같이 자랐듯이. 

 

 

3. 

인스타툰 소재를 찾다가 옛날 일기장을 펼쳤다. 

 

이제 내 인스타에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과 애정이 들어갔다. 너무 많은 애정을 쏟은 것에 대해서는 감정의 강도가 세진다. 때로는 사랑이고 때로는 권태고 또 때로는 부담이다. 요즘은 셋이 2:1:3 정도로 섞여있는 것 같다.

 

번번이 새로운 기록이었다. 팔로워가 백 명이 되고, 오백 명이 되고, 어느 날엔 숫자에 k가 생겼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압박은 점점 커졌다. 이제 정말 잘해야해. 이제 정말 더 잘해야해. 돈이 되는 일이 늘어나면서는 구독자 눈치도 더 보게 되고,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싫으면 보지 마!" 같은 쿨한 말, 정말로 할 수 없어졌다. 

 

4.

쓰고 그리는 삶을 원하는데, 당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인스타툰 밖엔 없어서 토끼를 그렸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인스타툰은 내가 정말 쓰고 그리며 살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지금은.. "일단은 오늘 올릴 인스타툰을 그려야해."

 

눈치 보지 않고,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콘텐츠를 만들던 시절이 사실 좀 그립다. 그때는 그게 탈출구이자 재미였고, 지금은 적어도 뭔가는 했다는 안도감과 약간의 성취감이 있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남기면서 나는 좀 더 초심자의 마음이 된다. 

 

6.

2018년 일기장에서 '자유'에 대해 내가 쓴 기록을 찾았다.

지금은 자유의 요건 거의 모두를 갖추었다. 자유는 생각보다 자유롭지 않다는 깨달음과 함께! 

흠. 그저 내려놓지 못해서인지도 모르지만. 

 

 

7. 

투게더 바닐라맛 + 스타벅스 캡슐 커피로 아포가토를 해먹는다. 

 

투게더가 너무 달아서 못 먹겠다고 느낀 날이 있었다. 늙은 입맛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조금 서글펐다.

 

너무 단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넣어 먹으니 너무너무 맛있다.. 

 

8.

집 앞 편의점에서는 투게더가 7,000원인데 쿠팡에 찾아보니 훨씬 싸다. 단, 6통 이상을 사야 한다.. 투게더 6통을 장바구니에 넣는 것만으로도 뭔가 뚱뚱해지는 기분이라 일단 안 사기로... 

 

 

9.

하지만 이건 단연코 너무나 달콤쌉싸름한 행복이다! 

 

 

10.

오늘도 나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