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시작이 좋아야한다는 묘한 강박 같은 게 있어서, 2019년 첫 하루를 어떻게 잘 보낼지 며칠 전부터 고민했다. 컨디션 좋은 상태에서, 마음도 편안하게, 맛있는 것만 먹고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새해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일기장을 펼치다가 종이에 손을 벤다든지, 아침에 눈을 떠보니 머리가 아프다든지 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 또 조심했다. 편안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으니, 노력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2019년 스케줄러와 스누피 일력을 본격 개시했다. 매해 어디에 일기를 쓰고, 필사를 하고, 일정을 표시하고, 할일을 적을 것인지를 가지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한다. 작년에는 욕심을 과하게 부려서 엄청 큰 다이어리를 네 개나 준비했다. 결국 몇 달 못 가서 일기장 하나, 스케줄러 하나로 정리했지만... 이번에도 일기장과 스케줄러를 분리하기로 했고, 스케줄러로 사용할 노트에 페이지가 모잘라 먼슬리와 위클리를 따로 쓰게 됐다. 모두 평범한 모눈 노트라, 속지를 하나하나 그렸다.
스케줄러 표지에 귀여운 걸 붙이니 기분까지 귀여워졌다. 왁자지껄한 것이, 딱 내 것 같다.
해마다 스케줄러 맨 앞 페이지에는 '올해 하고 싶은 것' 목록을 만들어 적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목록을 만들었는데,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일들이라 쓰는 내내 기분이 들떴다.
(1) 첫 책 무사히 출판하기 (2) 새 원고 작업하기 (3) 유화 그리고 오일파스텔 연습하기 (4) 움직이는 이모티콘 도전하기 (5) 김토끼 굿즈 만들기 (6) 매일 일기쓰기 (7) 책 50권 이상 읽기 (8) 발레 다시 꾸준히 하기 (9) 작업 공간 마련하기 (10) 애드센스로 돈 벌기
이렇게 열 가지다.
스누피 일력 1월 1일 만화가 정말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운 건 소중히 간직해야 하니까, 일기장에 스크랩.
며칠 전에 남자친구가 생일 선물로 준 탁자용 이젤을 드디어 상자에서 꺼냈다. 그런데 둘로 나뉘어 있고, 조립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설명서도 없이 나무 조각이라니 매우 당황스러웠다.
몇 분의 분투 끝에 완성! (사실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
잘 됐으리라 믿고, 이렇게 작고 앙증맞은 캔버스 보드도 올려보았다.
새해 첫날인만큼 유화를 꼭 하고 싶었는데, 이젤을 조립하고 나니 날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우리집 전등은 밝지 않은 데다가 노랗기까지 해서, 그림을 그리려면 햇빛이 꼭 필요하다. 캐나다는 요새 우기인 탓에 전체적으로 회색이라, 그림 그릴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게다가 유화는 아무래도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아쉽지만 유화 연습은 다음 맑은 날로 미뤘다. 그리고 햇빛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동안 오일 파스텔을 연습하기로 했다. 오일 파스텔은 내가 기웃거리고 있었던 미술도구 중에 하난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젤과 함께 생일선물로 받았다.
써본 적 없는 도구라, 연습이 좀 필요할 것 같다. 곰도 그리고, 구도 슥슥 그려봤다.
그림 연습하려고 그릴 것을 찾던 중에 눈에 들어온 스누피 스티커.
그렸다..
크레파스 쓰듯 스윽스윽 그렸더니 짝퉁 스누피가 되고 말았다.. 도톰한 느낌이 좋기는 한데, 끝이 뭉툭하다보니 정교하게 그리기가 어려웠다. 인스타그램에 보면 오일파스텔로 정교한 그림도 잘만 그리던데ㅠㅠ 이 신문물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어떻게 사용할지 많은 고민과 연습이 필요하겠다.
오늘은 보라색 입욕제 넣고 버블 배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고, 그림 연습도 하고, 다이어리에 스티커도 붙이고, 음악 들으며 일기도 썼다. 완벽한 하루다. 2019년 내내 대체로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신년 계획도 마음에 쏙 들고, 내 옆에 1년(혹은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함께 해줄 도구들도 무척이나 귀엽다. 덕분에 의욕이 넘친다. 이 의욕으로 1년을 열심히 재미나게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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