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더니 이렇게 귀여운 장면이.. 내가 삶에 기대하는 건 그저 우연히 만난 고양이 젤리에 하루 종일 포근해하는 것.
원고를 다듬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2월 6일까지 다듬을 예정.
글이 내 품을 떠나 다른 누군가에게 읽힐 때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편집자님께 글을 보낼 때도 번번이 확 숨어버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어쨌든 편집자님은 함께 글을 만들어가는 동업자가 아닌가. 글이 설혹 마음에 들지 않아도 끝까지 읽어야 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해야 하는 사람. 그동안은 책 만드는 장본인인 우리 둘이서만 은밀히 원고를 주고받았는데, 드디어 첫 '독자'가 생겼다.
바로 책에도 몇 번 등장하는 내 남자친구! 남자친구 역시 도중에 파일을 꺼버릴 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편집자님과 나의 책 생산관계'에서는 벗어난 사람이다. 원고에 노랗게 하이라이트도 긋고, 빨간색 글씨로 코멘트도 해가면서 꼼꼼하게 피드백을 해주었다.
피드백 파일을 여는 건 무서운 일이다. 아무리 내 편인 남자친구의 피드백이라 할지라도.
대체로는 진지한 피드백이었다. 감사히 고칠 예정이다.. 누군가 ? 하는 부분은 무조건 손을 봐야한다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던 것 같다.
도중에 이런 것도 발견. 드라마 속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 게 사실이냐며, 해명이 필요하다고 물음표 뙇뙇. ㅋㅋㅋㅋ
힘내서 수정하려고 귀여운 연필 브로치를 달았다 (?)
퇴고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내 글 아닌 글이 너무 읽고 싶어서 책 한 권만 읽기로 했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으로 날아간 작가>라는 책을 다운로드 받았는데,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었다. 읽기를 잘한 것이, 글을 쓰고 싶은 의욕이 엄청 생기게 하는 책이었다.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글을 쓰지 않고 하루를 보내면 불안해진다는 사실을. 이틀이면 몸이 떨린다. 사흘이면 미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나흘이면 마치 고통 속에서 버둥거리는, 거세 당한 수퇘지가 된 듯하다. 한 시간의 글쓰기만이 약이다. 그러면 다시 두 발로 일어서서, 쳇바퀴를 돌며, 깨끗한 신발을 달라고 소리치게 된다."
파스텔 스케치북도 끼적끼적 꺼냈다.
나몽이를 그리려고 했는데..
얄밉고 표독스럽고 나쁜 버전의 나몽이가 완성되었다.
우리 나몽이는 이렇게 귀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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