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리랜서 일지

작업실 입주

아리 작가님이랑 작업실을 알아보기 시작한지 수개월이 흘렀다. 변수가 많았다. 좋은 곳은 가격이 비쌌고, 함께 작업실 사용할 사람 구하기는 힘들었다. 계약까지 갔다가 파토 나기를 몇 차례. 지난 번에는 정말 계약이 되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과 계약하게 되었노라는 집주인의 통보를 계약이 예정되었던 당일에 받았다. 그날 저녁에는 떡볶이와 아이스크림을 우걱우걱 먹으면서 '이쯤 되면 하늘이 우리를 막고 있는게 아니냐'면서 신세를 한탄했다. 작업실 내는 걸 거의 단념했다.  

그러다 급하게 뜬 매물이 눈에 들어왔다. 뜨자마자 인기가 좋아서 바로 다음 날 다섯 팀이 집을 보려고 대기 중이라는, 예쁜 공간이었다. 을 선약이 있었던 나는 못 가고, 오전에 일찍 아리 작가님 혼자 보고 왔다. 우린 몇 시간 후에 바로 가계약금을 넣었다. 

그리고 우리 작업실 이름과 로고를 만들었다. 우리는 '김앤전'이니 '토리상회'니 하는 아무말을 던지다가 지쳐버렸는데, 결국에는 독자분들이 지어주신 '데일리 글로우'로 순식간에 정해졌다. 

로고 아이디어.. 역시 아무그림 수준으로 하다가,

이건 좀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어디에든 쓰기는 할 수도.. 

그리고 일단_최종.png ..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었다!

작업실에 놓을 명함이 필요할 것 같아서 새벽에 후다닥 만든 명함. 

 

계약 그리고 입주 당일.

나는 처음 가보는 거였는데, 보자마자 마음에 쏙 들었다. 들어가면 딱 이렇게 통유리가 보이는 (1층에 가까운) 반지하인데, 너무 예쁘다. 1층 통유리 상가면 작업실 용도로 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개방적일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통유리 로망을 충족시키면서도 아늑한 공간이다. 우리가 수개월간 알아본 공간들 가운데 단연 가장 예쁘고 크다. 바닥이 특히 감동이다.. 

날씨 좋을 땐 테라스에서 미니 전시회도 하고 모임도 하려고 한다. 

미리 시켜둔 책상과 벤치도 오고. 

의자도 왔다. 예산 안에서 원하는 분위기를 내려고, 가구 선택에 심혈을 기울였다. 

우리 가구 가운데 가장 사치품(?)도 들어오고, 아리 인형도 입주 완료.

저 시계는 시간을 안 맞췄더니 0:00에서 시작해서 시간이 흐른다. 타이머 기능 가능이랄까. 우리끼리 '매일 10시간 채울 때까지 못 나가는 거예여.' 하며 살벌한 농담도 했다. 실제로 아리작가님이랑은 작업실을 구하기 전부터도 한번씩 만나서 작업하곤 했는데, 오전 11시에 만나서 오후 10시~11시까지 그림만 그리곤 했다.. 그러고 나면 둘 다 어지럼증과 신경쇠약, 어깨결림을 호소했다.

지옥 같은 새벽 작업, 밤샘 작업을 청산하고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 하려고 작업실을 마련한건데, 우리 둘 간에는 서로를 채찍질하는 기운이 흐르는 것 같다, 아무래도.. 며칠 죽어라 청소하고, 가구 배치하고, 그러고도 작업한다고 온몸이 아픈 상태랄까.. 

시켜둔 가구들이 얼추 들어왔다. 조명과 카페트, 커텐도 배송중!

전 세입자가 예쁜 레일 조명을 다 떼가는 바람에 지금은 남은 조명이 딱 하나 밖에 없어서 밤이 오면 어둠 속에서 작업한다는 슬픈 사실..

 

테라스 벽면 페인트 칠 하려고 한다. 꽁꽁 언 손으로 꽁꽁 붙은 페인트 통을 열고자 애쓰는 아리 작가님..

그 사이 인스타그램 게시물도 세 개나 올렸고, 팔로워도 벌써 400명이 넘었다. 12월 초에는 이분들께 오픈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남은 11월 열심히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