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상
기상 시간이 자유롭다. 나같이 아침잠 많은 사람에게는 이만한 장점도 없다.
출근 시간이란 것이 없다!
아침에 깰락말락할 때 발에 닿는 보드라운 이불 감촉을 맘껏 누릴 수 있다.
침대에서 핸드폰을 실컷 보다 일어날 수 있다.
여차하면 더 잘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내 자유의지에 달렸다.
프리랜서 1년차 쪼랩인 나는 그동안 이 특권을 지나치게 누렸다.
자고 싶으면 언제든 더 잤고, 자기 싫을 땐 그냥 안 잤다.
취침 시간은 계속 밀리고 아침잠은 점점 오전잠이 되었고..
내가 몇 달에 걸쳐 획득한 결과는 새벽 6시 취침 - 오후 2시 기상 패턴.
해 뜰때 잠드는 기분은 정말 별로다. ㅠㅠ 똑같이 할일 하면서도 모든 생활이 엉망진창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도무지 감당이 안되는 시차였는데,
무슨 일인지 어제, 오늘 오전 9시에 눈을 떴다.
(억지로 일어났지만 하루를 어마어마한 성취로 시작한 보람.)
아침잠도 오전잠도 낮잠도 저녁잠도 자지 않았다!
새벽 한 시도 안된 이 시각에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날이 오다니. 감격..😭
2. 업무
프리랜서에게 일 없는 상태는 곧 굶주림과 불안을 의미한다.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르니, 늘 필요 이상으로 일을 받게 된다.
마감이 몰려서 무리해야하는 시즌이 많다.
그런 마감 소용돌이 끝에 찾아오는 잠깐의 틈도 불안해서
나는 자꾸자꾸 일을 만든다.
좋아하는 일이다보니, 일하는 양에 비해 힘들지 않아서 더 욕심을 부린다.
누가 일을 안 주면 이모티콘이라도 그려서 제안하고, 굿즈라도 만들어 본다.
(주변 프리랜서 글 작가들을 보면 공모전에 많이 도전하더라.)
프리랜서로 일한지 이제 1년.
결심할 때만 해도 정말 각이 보이지를 않았는데 1년 내내 어? 어? 되네? 하면서 어떻게 어떻게 일이 계속 굴러갔다.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
일기를 쓴다.
일이 밀려 몸이 한참 상했던 시기의 일기도 '힘들다'로 끝나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삶을 허락해준 이 커다란 행운에 부정이라도 탈까봐 무서워서.
일을 가능케한 모든 것에 감사한다. 일을 준 사람들, 구독자들에게 감사하며 일하자. 열심히 하자.
그런 말을 매번 덧붙인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세상에 감사할 일도 많아졌다. 💗
2-a. 업무 인간관계
프리랜서에게 일정 정도의 인맥은 생존에 직결된 문제다.
나와 한번 일했던 사람이 다시 나와 일하고 싶게 만드는 것.
매번 누군가와 일할 때마다 그게 내 목표다.
그렇게 조직생활을 했더라면 멋진 사원이 될 수 있었을까?
그때는 도무지 할 수 없었던 것들이 프리랜서가 된 지금에서야 가능해졌다.
3. 식사
"평소에 뭐 먹고 지내?" 하면 말문이 막힌다.
사먹기도 하고 해먹기도 하고
가끔 약속 있을 땐 나가서 먹고..
끼니를 막 엄청 잘 챙겨먹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인생에서 제일 야무지게 잘 챙겨먹었던 시기는 식대 2만원이었던 회사 다닐 때였다.
'오늘은 뭘 먹어서 점심으로 2만원을 채울까?'가
당시 나와 직장동료들의 데일리 행복한 고민이었다.
출근하자마자 '뭐먹을래?' 했던 배부른 기억.
얼마 전에 프리랜서들끼리 생활에 대해 얘기 나누는 팟캐스트에서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알약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는 것 듣고는 공감도 가고 좀 슬펐다.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의 끼니는 아무도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
심지어 당사자도 신경 안 씀 흑흑..
'식사'에는 사회적인 의미가 정말 크게 담겨있는가 보다.
4. 인간관계
나는 만남이고 모임이고 많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런데도 프리랜서 생활은 외로울 때가 많다.
내가 가진 한줌 친구들에게 더 공을 들이게 된다.
흠.. 가끔은 정말정말 외로워서이기도 하지만,
체력과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긴 덕인 것 같기도 하다.
동종 업계에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늘어간다.
여러 분야 작가님, 편집자님, 웹툰 pd님, 디저이너님.
내가 동경하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건 정말정말정말 즐거운 일이다. 💕
5. 운동
아프면 안 된다.
아프면 끝이다..!
나는 몇 해 전부터 생존형 운동을 하고 있다.
종목은 발레.
내가 해본 운동(이라고 해봐야 헬스랑 요가, 수영 정도가 전부지만) 중 제일 재밌다.
일주일에 2~3번 등록해서 간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자꾸만 쉬어서 가뜩이나 뻣뻣한 몸은 풀릴 기색이 없다.
초반 20분 정도 매트에서 죽음의 스트레칭+근력 운동을 하고,
20분~25분 정도 바 수업을 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 바 없이 센터를 하고,
짧은 스트레칭으로 끝난다.
발레를 꾸준히 해서 좀 건강해졌다. 이건 기대했던 효과다.
해보기 전까지 전혀 몰랐던 장점도 있다.
바로 '고통에 대한 역치'가 높아졌다는 것.
힘들고 아플 때 '이 정도는 힘들어도/아파도 괜찮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몸 이 정도 고통은 아무 것도 아냐!
스트레칭은 정말 모든 걸 때려치고 싶을만큼 아프다.
선생님이 누르고 밀때면 찐불행이 엄습한다. 디멘터가 행복을 빨아들인다면 그 순간 그런 느낌일 것 같다.
뭐라도 찢기거나 부러질 것 같다고 소리치면, 쌤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말씀하신다.
"안 부러져요."
그 태연한 한 마디가 마음에 남는다.
이 정도는 괜찮아.
6. 고민
먼 미래에도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사람들이 나를 찾아줄까?
이런 고민을 제일 많이 한다.
정해진 답은 물론 없다.
잘 먹히던 게 안 먹히던 때가 올 수 있겠지만, 한 가지가 잘 안 된다면 그때는 또 다른 시도를 할거야.
그런 날이 오더라도 주저앉지 않으면 어떻게든 될거야.
기회라 여기고, 나는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서 계속계속 할거야.
대스타는 아니라도 이렇게 저렇게 일 찾아가며
꾸준히 해내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뜬금없이 위로를 많이 받는다.
7. 취침
2시 전에는 잠들자!😌
'프리랜서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리랜서의 명절 (4) | 2020.10.06 |
---|---|
9월 말의 다정한 사람들 (4) | 2020.09.28 |
나의 애플 기기들 (부제: 첫 맥북 안뇽😭, ios 14 업데이트) (3) | 2020.09.21 |
먹고 일하고 읽고🌾 (0) | 2020.09.17 |
바빴던 마감기간 (2) | 2020.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