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작 5일짜리 연휴로 참 많은 걸 미뤘다.
나란 밀림의 왕은 일 서너개(+ 마음의 부담 1톤)를 '명절 끝나고 바로 받아보실 수 있도록 작업하겠습니다!'라고 담당자님들께 당당하게 선언해두었다.
"명절에 안 쉬세요?"
라는 질문에
"네, 프리랜서는 안 쉬죠! 하하"
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2.
추석 당일, 딱 하루만 가까운 가족들을 만났다.
어디 내려갈 것도 없고 우루루 모일 것도 없는 간소한 풍경.
다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3.
그리고 일할 시간으로 주어진 남은 4일.
연휴 첫날은 큰 가책없이 멍 때렸다.
멍 때렸다는 말이 딱인게, 딱히 쉬지도 딱히 놀지도 않았다.
계속 책상에 앉아있기는 했는데 아무 일도 안했다.
첫날인데 쫌 그래도 된다는 마음 반
어영부영 시간 보낸게 싫은 마음 반
아, 드라마 <앨리스>를 보기 시작했다.
4.
추석 당일은 가족들 보고 오는 걸로 끝났다.
문제는 금요일이었다.
그날은 간신히 '오늘의 그림'만 그려 올렸다.
연휴 내로 해야하는 일은 정해져있는데 가용할 시간이 점점 줄어드니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던 차에
금요일까지 아무 일도 안하니까 스트레스가 폭발했다. 😩
일은 안하면서 '일 해야하는데' 생각은 10초마다 하느라 마음이 너무 힘들었음.
5.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로 토요일, 일요일을 맞이했다.
토요일에는 무조건 쉬기로 했지만 이번 연휴는 예외였다.
진짜진짜 열심히 일했당
꾸역꾸역 억지로 작업 파일을 만들었다.
역시 시작이 어렵지 막상 조금 하고 나니 또 술술 잘 됐다.
(앞머리 옆머리 몇 번 쥐어뜯긴 했음)
아무튼 일 몇 가지를 처리하고 나니까
토요일 밤에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6.
그 기세로 일요일도 열심히 일했다.
사실 뭐 '안 한다', '못 한다'는 애초에 선택지에 있을 수가 없었다.
당장 그날 메일 보내야하니까.. 😭
마감이니까..😭
마감엄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목표는 새벽 두시였는데 결국 한시 십오분쯤 모든 메일을 보냈다!!!!!!
7.
놀면 마음이 무겁고
일하면 금방 또 기분이 좋아진다.
프리랜서의 명절. 뭘까.
8.
연휴 끝. 일상 복귀.
내 일상 복귀는 사실상 토요일부터였지만.
아무튼 오늘은 까만 날.
담당자들의 메일이 오는 날.
메일 참 많이 받고 또 답장하며 하루를 보냈다.
나는 '답장 안한 메일'을 마음 편히 두지를 못한다.
'아직 처리 안한 일'을 잘 견디지를 못한다. 😭
9.
오랜만에 운동도 했당!
가기 귀찮고
운동할 땐 너무너무 아프고 괴로운데
막상 운동하고 돌아와서 씻으면 몸이 가볍다.
운동하고 -> 씻고 -> 팩하고 -> 맛있는 아이스 음료를 먹는다.
이 루틴은 매번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
10.
운동이나 일이나 마찬가지네.
하기 전에는 정말 하기 싫은데
막상 하고 나면 기분 최고다.
눕거나 노는 걸로는 얻을 수 없는 걸 준다.
오래오래 운동하고 일하며 살고 싶다는 고약한(?) 꿈까지 꿔본다.
암튼 오늘은 꿀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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