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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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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상화를 벽에 걸다 눈이 엄청 많이 와서 화요일 수업이 취소되었다. 하늘도 땅도 하얗고, 덕분에 강제 집콕. 지난 주 목요일 쯤이었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떠오른 이 두 이미지. 세모낳고 뚱뚱한 고양이랑, 둥글둥글한 고양이 뱃살을 최소한의 선으로 그리고 싶었다. 밤에 슥슥 그렸는데 너무 맘에 든다. ㅠㅠ 뚱실하면서도 얄미운 표정의 나몽이가 느껴져서 자꾸 웃음이 난다. 능욕한 건 아니야, 너무 뚱뚱하게 그려서 미안해 나몽아..예술의 세계는 공부할수록 깊고도 심오하지만, 여전히 내가 그리고 싶은 건 '내 방 벽에 걸고 싶을 그림'이다. 하지만 그런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던가.. 일반 스케치 종이에 마카로 한번 그려본 그림이 이렇게 맘에 들 줄이야. 드디어 내 방 벽에 내 그림을 붙였다! 며칠 붙여뒀더니 종이가 얇아..
최종 원고 마감, 그리고 이후 며칠 얼마 전까지도 최저 기온이 영상 5도 정도에 머물길래 올 겨울은 유난히 따듯하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영하권으로 내려가더니, 요새는 눈이 많이 온다. 밴쿠버 겨울은 온통 안개 낀 회색이라, 눈으로 보든 그림을 그리든 사진을 찍든 회색 회색 회색. 오일 파스텔의 매력은 '아주 정교하게 그리지는 못하는 것'에 있다. 종이에 투박하게 놓인다. 그래도 조금은 세심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 정물화를 시도했다. 역시 모든 그림의 완성은 흰색 하이라이트다 ㅋㅋㅋ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오일파스텔 정물화. 다음번에는 컬러로 도전해야지. 한참 마감 시즌이었다. 게다가 최종 원고. 보다가 눈물 난 지점이 있는데, 바로 한 (또라이) 작가가 마감 직전에 출판사에 계약 해지서를 보내고 잠수 탄 장면이다. 글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끝내..
꼬물꼬물 유화 1월 6일에 젯소 칠한 뒤로 꼬물꼬물 유화 작업을 했다. 2년 전에 아크릴을 처음 만났을 때 색깔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신세계였는데, 유화는 또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유화가 제일 좋아. 정말 좋아. 마르는 데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까 질색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오래 걸린다는 게 나한테는 제일 좋은 점이다. 오랫동안 수정할 수 있고, 오랫동안 겹겹이 색깔을 쌓을 수 있는 게 너무너무 매력적이다. 수채화 유화 사이에 아크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면에서는 아크릴과 수채화 사이에 유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유화가 최고다. 우리 나몽이 너무 귀여워서 늘 나몽이부터 그리고 싶다. 나는 고양이 복은 정말 제대로 받았다. 골목에 지나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를 선택해줘서 고마워 나몽아!!..
마지막 퇴고의 날들 - 독자가 생김 아침에 일어났더니 이렇게 귀여운 장면이.. 내가 삶에 기대하는 건 그저 우연히 만난 고양이 젤리에 하루 종일 포근해하는 것. 원고를 다듬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2월 6일까지 다듬을 예정. 글이 내 품을 떠나 다른 누군가에게 읽힐 때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편집자님께 글을 보낼 때도 번번이 확 숨어버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어쨌든 편집자님은 함께 글을 만들어가는 동업자가 아닌가. 글이 설혹 마음에 들지 않아도 끝까지 읽어야 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해야 하는 사람. 그동안은 책 만드는 장본인인 우리 둘이서만 은밀히 원고를 주고받았는데, 드디어 첫 '독자'가 생겼다. 바로 책에도 몇 번 등장하는 내 남자친구! 남자친구 역시 도중에 파일을 꺼버릴 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
첫 원고, 마지막 퇴고의 날들 편집자님에게서 온 메일 제목에 '최종 교정본'이라는 단어를 보고는 잠을 설쳤다. 원고 첫 페이지를 쓰던 1년 전처럼 온몸이 긴장됐다. 교정이 몇 차까지 있을까 무척 궁금했다. 퇴고하다 보면 고치고 싶은 게 자꾸만 생기는 것이, 이러다 교정의 굴레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끝이 오기는 하나본데, 아직은 와닿지 않는다. 교정 때마다 글을 인쇄했다. 워드 파일로 보는 것, pdf 파일로 보는 것, 그리고 종이로 보는 것 - 세 가지를 무수히 반복했다. 하나에서 안 보이던 것이 다른 하나에서 보이기도 했다. 거슬리는 부분이 새로 등장할 때마다 공포스럽다. 제일 아끼는 샤프 세 개. 들었다 놨다, 썼다 지웠다 하면서 이번 교정에 어떤 샤프를 쓸지 골랐다. 이번에는 가운데 샤프 당첨. ..
젯소 칠하는 토요일 유화를 가르치던 선생님은, 기분이 안 좋은 날이면 젯소 한 통, 빈 캔버스 몇 개를 들고 작업실에 앉는다고 했다. 흰 젯소를 듬뿍 머금은 붓을 아무 생각 없이 휘두르는 건 선생님의 '틀림없이 스트레스 해소되는 방법'이었다.딱히 풀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을 '젯소 칠하는 날'로 잡았다. 젯소 칠 된 캔버스가 있어야 마음이 든든하니까. 마침 하루종일 집에 있는 김에 비닐도 뜯지 않은 채로 방치되어 있던 캔버스들을 모두 작업방으로 불러들였다. 엽서 크기 정도 되는 캔버스 보드 세 개랑, 커다란 캔버스 네 개.며칠 전에 개시한 이젤에 놓고 젯소 칠!별 것 아니지만 은근히 역동적(?)이어서, 히터를 하나도 안 틀어도 열이 났다. 이젤은 사용하자마자 여기저기 젯소가 묻었다. 그림도구는 더러울 수록..
2019년 첫날 풍경 뭐든 시작이 좋아야한다는 묘한 강박 같은 게 있어서, 2019년 첫 하루를 어떻게 잘 보낼지 며칠 전부터 고민했다. 컨디션 좋은 상태에서, 마음도 편안하게, 맛있는 것만 먹고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새해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일기장을 펼치다가 종이에 손을 벤다든지, 아침에 눈을 떠보니 머리가 아프다든지 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 또 조심했다. 편안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으니, 노력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2019년 스케줄러와 스누피 일력을 본격 개시했다. 매해 어디에 일기를 쓰고, 필사를 하고, 일정을 표시하고, 할일을 적을 것인지를 가지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한다. 작년에는 욕심을 과하게 부려서 엄청 큰 다이어리를 네 개나 준비했다. 결국 몇 달 못 가서 일기장 하나, 스케줄러 하나로 정리했지만.....
지수의 내맘대로 서재 정산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게 2018년의 잘한 일이다. 책이 아니었으면 도무지 버틸 수 없었을 한 해이기도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생존 전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종이책을 정말 사랑하지만, 캐나다에서 한글 책은 여의치 않다. 하는 수 없이 난생 처음으로 전자책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간 낯선 것이 아니었다. 빛을 뿜는 액정도, 손에 잡히지 않는 종이도 어색했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정말 보고 싶던 책을 몇 권 보던 것이, 봄쯤 되어서는 코가 꿰이고 말았다. 이제는 전자책 서비스인 '밀리의 서재'를 정기구독하면서, 볼만한 책을 뒤적이는 것이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사건이 되었다. 1년간 총 72권을 읽었다. 이렇게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해두었는데, 다시 읽고 싶은지 여부를 표시했다. 이..
카카오톡 이모티콘 <집순이 김토끼> 수익 (이 글은 2018.1.26.에 작성된 글입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수익은 얼마나 날까?아마도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물론, 별로 상관 없는 사람들 조차도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일 것 같다. (나 역시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지 제일 궁금했던 부분..)(라인 이모티콘은 카톡 이모티콘에 비해 승인 받기 쉬운 대신, 어둠의 경로로 다운 받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별로 수익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부분은 인터넷에서 주워 들은 정보라 확실치는 않다.) 이모티콘을 낸지 2달 정도 지났고, 며칠 전 첫 정산 내역(11월 분)을 전송 받았다. 수익에 대해 이야기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사실 이모티콘을 내고 나면 그 날 얼마나 팔렸는지 바로 다음 날 통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예..
첫 카톡 이모티콘, <집순이 김토끼> (이 글은 2017.11.13에 작성된 글입니다.) 생애 첫 카톡 이모티콘, 집순이 김토끼가 오픈되었습니다!카카오 이모티콘 샵 링크: https://emoticon.kakao.com/items/QPbTMRcj_oiu7ER7qjxA27CZ1iI=?lang=ko&referer=share_link8월 말에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통해 제안해서 9월 초에 승인을 받았고,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오늘 오픈 되었다. 사실 작업 자체를 완료한 건 조금 되었는데, 카카오 측의 검수+오픈 일정 받기를 기다리는 게 꽤 오래 걸렸다.승인을 받은 뒤에는 몇 차례 파일 등록과 검수가 오간다.(이모티콘 제안할 때만 해도 '뭐, 일단 해보자~~~' 정도였는데, 막상 진짜 일을 진행하게 되니 꽤 부담스러웠다. 이 분들에게는 이게..